이번 제8회 황순원 문학상 후보작들을 보면, 보통 주류문학으로 보이는 단편들보다 환상문학으로 볼 수 있는 단편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만큼 작가층이 젊어졌고, 주류문학이 장르를 포함한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겠죠.(최근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도 장르문학 특집이었고요.)
그래서 이번에 황순원 문학상 후보작들 중 눈에 띄는 작품을 골라보자면,
이번 『창작과 비평 봄호』에 발표되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박민규 작가의 작품. 그동안 박민규 작가는 독특한 환상이 들어간 작품을 많이 발표해 왔다. 모든 것이 냉장고로 들어간다는 상상력의 작품 「카스테라」 등이 있었고, 「크로만, 운」 같은 SF단편도 여러 차례 발표했다. 이번에는 무협을 소재로 풍자적인 글을 썼는데 굉장히 잘 읽힐 뿐만 아니라 신선하고 재미있다. 박민규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2008 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소설』에도 수록되어 있다.
주류문학에도 '좀비'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윤이형의 작품.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윤이형'이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고, 그녀의 첫 작품집도 구입하게 되었다. 「피의일요일」이라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소재로 한 단편을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르문학을 읽기도 하며, SF 쪽에 관심이 많아 박민규와 함께 문예지에 SF 단편을 종종 발표하기도 한다. 최근 장르 월간지 《판타스틱》 6월호에 SF 단편 「황금 네르파」를 발표하기도 했다. 좀비와 컴퓨터 속 그림이 현실로 살아나는 기묘한 환상을 결합시킨 근사한 작품인 「큰 늑대 파랑」은 『200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에도 수록되어 있다.
박형서는 『자정의 픽션』을 읽고 팬이 된 작가이다. 『자정의 픽션』에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온갖 환상이 뒤섞인 작품들이 들어 있는데, 작가의 입담도 대단하고 상상력도 놀랍다. 주류문학 작가 중에 가장 환상문학을 잘 쓰는 작가 중 한 명이 아닌가 싶다. 「날개」는 SF 단편이라고 볼 수 있는데, 먼 시간을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노란 육교」는 죽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 세계 곳곳에 포착되면서 노란 육교가 세워지고 관광명소가 되고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시니컬하게 다루고 있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는 제목 그대로 '사랑 손님과 어머니' 작품을 성적으로 재해석한 논문 형식을 패러디한 글로 작가의 발상과 재치가 놀랍다. 「두유 전쟁」은 긴 분량의 이야기이면서도 흡인력 있게 읽어나갈 수 있고 유머스러우면서도 이야기의 재미가 살아있는 코믹하고 환상적인 글이다.
이 작가의 「열한 시 방향을 곧게 뻗은 구 미터 가량의 파란 점선」은 아주 잘 쓰여진 환상문학 단편이었다. 읽으면서도 웹진 거울에 참 걸맞는 글이라고 느꼈다. 옛 설화인 '금도끼 은도끼' 등을 과학적으로 고증할 수 있고 분석할 수 있는 세계를 천연덕스럽게 제시하고 거기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뛰어난 발상과 재미에 감탄하며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2008년 제53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 99%』에 수록되어 있다.
△ 다른 작품들은 위의 리스트와 같다. 전체적으로 신예 작가들의 단편이 많다. 전부 읽은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 이번 황순원 문학상을 탈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번 황순원 문학상 후보작들은 인상적인 단편들이 있다. 결과가 주목된다.
이 세 작가들. 윤이형과 박형서는 장르 월간지 『판타스틱』에 글을 실었고, 박민규 작가는 인터뷰를 했었습니다.